답답하고 당황스러웠던 처음 그날
제가 처음으로 내용증명을 받은 건 2년 전 겨울이었어요. 날씨도 쌀쌀하고 기분도 좀 울적했는데, 어느 날 우체국 등기 하나가 도착했더라고요. 발신인이 낯선 이름이라 뭘까 싶어서 뜯어보니까, 글쎄… 내용증명이더라고요. 처음 보는 생소한 양식에 눈이 얼었어요.
내용을 읽어보니까 예전에 같이 일했던 프리랜서 분이, 계약 위반이 있었다면서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저를 상대로 보낸 거였어요. 금액은 500만 원 정도였고요. 정말 억울했죠. 저는 계약 내용에 맞춰서 일한 줄 알았는데, 상대는 전혀 다른 입장을 갖고 있었던 거예요.
처음엔 너무 당황해서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내용증명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위축이 됐어요. ‘이거 진짜 소송까지 가는 건가?’ 싶은 생각에 밤잠을 설쳤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고민만 하던 시기
내용증명을 받고 나서 일주일 동안은 아무 행동도 못 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움직였다가 불리해질까 봐 겁도 났거든요. 주변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그냥 무시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내용증명은 강제력이 없다잖아?” 이런 말 듣고 저도 그 말만 믿고 지나가려 했어요.
솔직히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 그때는 몰랐어요. ‘답변 안 해도 되겠지’ 하고 그냥 덮고 있었는데, 한 달쯤 지나니까 진짜 소장이 날아왔어요. 민사소송이 접수된 거였어요.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내가 답변 하나 안 했다는 이유로 이걸 인정하는 분위기로 가는 건가?’ 싶은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고요.
부랴부랴 대응을 시작하게 된 이유
일단 소장을 받은 이후에는 더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변호사 상담부터 받았어요. 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로 30분 상담을 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예약하고 다녀왔어요. 거기서 들은 얘기가 저를 진짜 반성하게 만들었죠.
내용증명은 강제력은 없지만, ‘상대방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문서’이기 때문에, 여기에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판사가 볼 때 ‘그럼 상대방 주장이 틀렸으면 왜 반박하지 않았나?’라는 식으로 해석할 여지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즉, 내용증명에 답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인정되는 건 아니지만,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전 그걸 전혀 몰랐죠.
결국 제가 선택한 대처 방법
그래서 늦었지만, 저는 그제서야 다시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했어요. 이미 소송이 접수된 상황이라 그에 대한 답변서도 같이 준비했죠.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서를 쓸 때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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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 명확히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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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내용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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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상황에서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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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 강조
이런 내용들을 정리해서, 정식으로 반박 내용증명을 보냈어요. 형식은 우체국에서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걸로 했고요.
동시에 민사소송에 대한 답변서도 법원에 제출했어요. 그건 정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해서, 법률사무소에 유료 상담을 받아가며 작성했어요. 비용이 들긴 했지만, 제가 억울한 상황에서 제대로 방어하고 싶었거든요.
소송 결과와 후련했던 결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판은 저한테 유리하게 마무리됐어요. 법원에서도 양측의 계약 내용을 검토했을 때, 상대방이 주장하는 위반 사실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오히려 상대방이 제시한 증거 중 일부는 허술했어요.
무엇보다도, 제가 소극적으로라도 내용증명에 대한 대응을 했고, 그 이후에도 정식 절차를 따라 준비했다는 점이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만약 그때 내용증명 받은 뒤 아무 반응도 없이 그냥 무시했으면,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아닌 것도 인정받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직도 아찔해요.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본 내용증명
내용증명이라는 게 처음 받으면 정말 겁나요. ‘이제 나 끝났구나’, ‘이게 소송으로 이어지겠구나’ 하는 공포가 밀려와요. 그런데 중요한 건, 내용증명은 ‘시작의 알림’일 뿐, 아직 판결이 정해진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더더욱, 받았을 때 무조건 대응을 하셔야 돼요. 혼자 하기 어렵다면 법률구조공단 같은 곳에서 도움을 받아도 되고, 가까운 법률사무소에서 저렴하게라도 초안 검토라도 받아보는 게 진짜 중요해요.
무대응은 결국 내가 나서서 해명할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그게 쌓이면 ‘침묵 = 인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요. 저도 직접 겪기 전엔 이런 걸 몰랐어요.
내용증명을 받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진심
혹시 지금 내용증명 받고 검색하다가 이 글을 보신 분이 계시다면, 저는 정말 한 마디 드리고 싶어요.
무시하지 마세요.
답장, 꼭 하셔야 합니다.
당장은 겁나고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고, 법률 용어는 낯설기만 하고요. 근데 무대응은 절대 해결책이 아니에요.
지금 그 편지 한 통이 나중에 몇백만 원, 몇천만 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차분히 대응 준비하세요.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요.
한 줄 요약 팁
내용증명은 무시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무시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받았다면 침묵하지 말고 ‘입장’을 꼭 정리해서 반박하세요. 이게 결국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