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무상교육 가능한 기관, 직접 다녀온 후기

점심시간에 우연히 본 안내문 하나가 시작이었다

그날도 늘 하던 대로 사무실에서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어요. 날씨는 괜히 더운 데 습기까지 가득해서 짜증이 조금 올라오던 찰나였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맞은편 구청 입구에 무심코 붙어 있는 안내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빨간 글씨로 뭔가 강조돼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중장년 대상 직업능력 향상 무료 교육생 모집’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순간 ‘어? 중장년이 나인가?’ 싶었죠.

사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고 했어요. 늘 그렇듯 대충 정부지원 프로그램 광고 같은 거겠지 싶었고, 나랑은 별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묘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은 유독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그 종이 하나가 그렇게 자꾸 눈에 밟히는 바람에, 결국 다시 되돌아서서 사진을 찍어뒀어요. 뭐랄까, 괜히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음속 한 구석,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었나 봐요

회사 생활이 크게 나쁘진 않았어요. 정리하면 꼬박꼬박 월급 들어오고, 사람들도 나쁘지 않고, 큰 스트레스 없이 살고 있었죠.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모르게 마음이 휑했어요.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고, 주변은 다 뭐라도 배우고 뭔가를 하고 있는 느낌인데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았죠.

딱히 뭘 바꾸고 싶다기보다, 그냥 조금만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가 조금 답답했달까요. 그래서 결국 며칠 뒤, 안내문에 적혀 있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어요. 무슨 교육이 있는지, 어떻게 신청하는지 물어보는데… 사실 좀 쑥스러웠어요. “제가 나이가 좀 있어서요” 하고 말끝을 흐렸더니, 상담 선생님이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요즘 40대는 젊은 축이에요. 60대 분들도 많이 오세요.”

그 말 한마디가 괜히 위로처럼 들렸어요.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지금 내 나이대에도 뭔가 시작할 수 있구나 싶었죠.

첫 수업 날, 엉뚱한 실수에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

결국 저는 ‘엑셀 실무 기초반’에 등록하게 됐어요. 회사에서도 엑셀을 안 쓰는 건 아니었지만, 늘 복사-붙여넣기, 합계 정도만 쓰던 수준이었거든요. 더 이상 이대로 머물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는데, 첫 수업 날부터 진짜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당황했어요.

다른 분들은 노트북을 쓱쓱 켜고, 강사님 말씀에 따라 시트 정리도 하던데, 저는 노트북 전원 연결선부터 안 챙겨 와서 허둥대고 있었어요. USB 마우스를 찾느라 가방을 뒤적이고 있으니까 앞자리에서 어떤 분이 “여기 여분 있어요” 하고 건네주셨어요. 웃으며 받아들고는 고맙다고 인사했는데… 아, 부끄러워서 땀이 줄줄 났죠.

그때 깨달았어요. ‘아, 이거 공부보다도 먼저 마음 다잡는 게 우선이겠다.’ 괜히 나만 뒤처질 것 같고, 강의실이 낯설고, 내 자리가 어색했어요.

내가 직접 겪으며 느낀 무상교육 전과 후의 달라진 점

항목 수강 전 상황 수강 후 변화
엑셀 숙련도 SUM 함수 정도만 알고, 차트 삽입은 어려워서 피함 함수 응용, 피벗, 조건부 서식까지 직접 설정 가능
발표자료 만들기 틀만 잡고 내용만 적는 수준,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음 도표 구성, 시각적 레이아웃까지 스스로 완성
업무 효율감 단순 반복 작업 위주, 실수 많음 자동화로 시간 절약, 실수 감소
동료들과의 관계 도움을 받는 입장에 머물러 있음 간단한 기능은 오히려 알려주기도 함
자기 효능감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이 정도는 이제 내 손에 익었지”라는 자신감
퇴근 후 시간 활용 TV 시청, 유튜브 소비 위주 복습, 예습, 실습하며 시간 의미 있게 보내는 습관 생김
나를 바라보는 시선 변화 없이 반복되는 삶에 대한 아쉬움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바라보며 뿌듯함

‘기초’는 생각보다 어렵고 ‘포기’는 너무 쉬웠다

첫 주는 정말 힘들었어요. 기본 함수만 다루는데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강의는 빨리 지나가고, 손은 따라가지 못하고… 퇴근 후에 수업을 듣는 것도 체력적으로 버겁더라고요.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나면 머리가 이미 과부하 상태인데, 저녁 7시부터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어느 날은 아예 수업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집에 와서 교재를 펼쳐놓고 한숨만 쉬었어요.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그냥 안 가면 아무도 뭐라 안 할 텐데…’ 이런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도 이상하게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날 처음 수업 마치고 나올 때 느꼈던 ‘아, 나 오늘 진짜 뭔가 했구나’ 하는 그 기분이 자꾸 생각났어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하나 배우고 나면 기분이 조금 좋아졌거든요. 그래서 다음 날은 커피를 진하게 타서 들고 갔고, 다다음 날은 미리 30분 일찍 가서 예습도 해봤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버텼어요.

작지만 진짜였던 변화, 그리고 조금씩 생긴 자신감

한 달쯤 지나고 나니까, 아주 느리긴 해도 익숙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함수도 이제는 구조가 눈에 들어오고, 피벗테이블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됐죠. 실무에서 필요한 간단한 자동화 작업도 이제는 제가 맡아서 하게 되었어요. 그 전까진 늘 다른 팀원에게 부탁했는데, 이젠 제가 알려주기도 해요. 그 순간이 진짜 짜릿했어요.

교육 끝날 무렵엔 수료증도 받고, 작은 팀 프로젝트 발표도 했어요. 발표자료를 직접 정리하고, 도표를 삽입하고, 문서 디자인까지 해봤는데, 회사 팀장님께서 나중에 따로 부르시더라고요. “요즘 PPT 느낌 좋아졌네. 누가 도와줬어?”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제가 요즘 수업 듣고 있거든요” 했더니, ‘아, 그랬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그 한마디가 참 오래 남았어요. 남들은 모를지 몰라도, 저는 제 안의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거든요.

무상교육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하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무상교육이라는 게 단순히 ‘공짜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어쩌면 돈을 내고 배우는 것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누군가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기회를 마련해주고, ‘당신도 해볼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그 시스템 자체가 고마웠어요.

무상교육을 통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까지는 말 못 하겠지만, 그 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어요. 나는 여전히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업무 효율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배우는 게 즐겁다’는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됐어요. 예전엔 유튜브도 그냥 소비만 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만들지?’라는 시선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처음 무상교육 신청할 때 고민했던 부분과 지나고 나서 느낀 점

그때 들었던 걱정 지금의 생각
“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닐까?” 같은 반에 60대도 계셨고, 오히려 40대는 젊은 축이었다
“배우다 중간에 포기하면 창피할 텐데…” 포기하는 사람보다 끝까지 가는 사람이 더 적은 법이다
“회사 일이랑 병행이 될까?” 체력은 조금 들지만, 충분히 조절 가능한 수준이었다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시간 들여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괜히 헛고생만 하는 건 아닐까?” 업무에 직접 도움이 되고, 삶의 자세까지 달라졌음
“이런 교육이 과연 실제로 쓸모 있을까?” 실무에서 바로 적용했고, 팀장님도 내 보고서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함
“괜히 눈치 보이지 않을까?” 대부분이 같은 고민으로 시작했고, 아무도 남을 신경 쓰지 않음

그날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의 누군가에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 그 안내문을 그냥 지나쳤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더 망설이게 되고, 한 번 시작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데, 그 작은 종이 하나가 제 일상에 새 바람을 넣어줬어요.

요즘도 가끔 퇴근길에 문득 생각나요. ‘그때 그 안내문 안 봤으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도 엑셀 복사-붙여넣기 하면서 투덜대고 있었겠죠.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요즘 마음이 답답하거나, 뭔가 하나라도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데 망설여진다면, 그냥 조용히 검색창에 ‘중장년 무상교육’ 한 번 쳐보세요. 그게 시작일 수 있어요.

늦은 시작은 있어도, 헛된 시작은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