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그 작은 통증 하나가 자꾸 신경 쓰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야근이었어요. 오후 늦게부터 어금니 쪽이 묘하게 찌릿찌릿하더니, 퇴근할 때쯤엔 뭔가 불편하다 싶은 수준까지 올라가더라고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나이 들면 뭐 이런 데 저런 데 쑤시는 게 일상이니까요. 게다가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잖아요. 일하다 보면 내 몸은 뒷전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퇴근 후 라면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을 때, 아 이건 좀 심각하구나 싶었어요. 뜨거운 국물이 살짝만 닿아도 전기가 찌릿하게 오더라고요. 그 순간엔 별생각 안 들었는데, 밤에 누워 있으려니까 온 신경이 그 어금니에 꽂히는 거예요. 이런 거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고, 예전에도 그냥 참고 넘겼었는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습니다. 뭔가,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치과 예약부터 눌렀다
다음날, 출근 전에 휴대폰으로 회사 근처 치과를 급하게 검색했어요. 오전 진료에 겨우 빈자리가 하나 있더라고요. 부장님께 잠깐 외근 나갔다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헐레벌떡 진료실로 들어갔죠. 차가운 금속 도구가 입속에서 뱅글뱅글 돌아다니고, 엑스레이 찍고, 의사 선생님이 한참을 쳐다보시더니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신경치료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충치가 생각보다 깊어요.”
그 말 듣는 순간 속으로 ‘아, 또 돈이구나…’ 했어요. 병원비, 생활비, 대출 이자, 애들 학원비… 머릿속에서 숫자가 스치듯 지나가더라고요. 비용을 물어보니, 신경치료부터 시작해서 크라운까지 하면 대략 60만 원은 생각하래요.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어깨가 뚝 떨어졌어요.
집에 와서 말도 안 나왔다, 그냥 멍하니 누워만 있었다
아내가 눈치챘는지 묻더라고요. “치과 다녀왔어?”
작게 고개만 끄덕였어요. 말하면 또 괜히 걱정할까 봐… 그런데 아내가 조심스럽게 한마디 건네더라고요.
“당신 나이도 이제 꽤 됐는데… 혹시 치과 지원 같은 거는 없을까?”
처음엔 웃었어요. 무슨 지원이야,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나 받는 거지 싶어서요. 괜히 민망하니까 대충 얼버무렸죠.
근데 그날 밤, 잘려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자꾸 그 말이 맴도는 거예요. ‘지원금’, ‘치과’, ‘중장년’… 그렇게 휴대폰을 들고 한참을 검색했어요.
복지 사이트 들어가보면 글이 왜 이렇게 어렵죠?
‘중장년 치과 지원금’이라고 검색하니까 이것저것 나오긴 하는데, 이게 무슨 암호처럼 써 있어요. ‘구강보건사업’, ‘치과주치의제’, ‘의치지원’, ‘노인틀니사업’… 이게 나랑 관련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거예요.
일단 저는 아직 65세는 안 넘었고, 틀니나 임플란트 받을 상황도 아닌데, 스케일링이나 레진 정도는 해당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어디서 신청하는 건지도 명확하게 안 나와 있어서 더 헷갈렸어요.
그래서 그냥 다음날 점심시간에 동네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어요. “혹시 치과 진료 관련 지원 있나요?”라고 물어보니까 담당자분이 조곤조곤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그런 지원을 해주고 있었어요. 제가 사는 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중장년 대상 구강검진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고, 협약 맺은 치과에서 기본 진료나 스케일링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더군요.
예전에는 몰랐던 치과 치료비, 내가 직접 낸 금액 비교해보니
치료 항목 | 지원 전 비용 예상 | 실제 내가 낸 금액 | 체감 차이 | 한마디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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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치료 | 약 200,000원 | 120,000원 | -80,000원 | 이 정도면 밥값이 몇 끼인데… |
레진 충전 | 약 100,000원 | 40,000원 | -60,000원 | 덜컥 놀랐는데 반값이라 마음이 놓였음 |
스케일링 | 약 20,000원 | 무료 | -20,000원 | 보험적용 덕에 그냥 받고 나왔어요 |
진료 상담 및 검사 | 약 30,000원 | 무료 | -30,000원 | 이것도 혜택이라니 몰랐으면 손해였죠 |
처음엔 어색했지만, 하나하나 해보니까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보건소에서 연결해준 치과에 전화해보니까, 예약도 금방 잡혔고, 지원 대상도 확인되더라고요. 처음엔 서류도 챙기고 좀 귀찮을 줄 알았는데, 그냥 신분증 들고 오면 된다고 했어요. 그날 진료받고 스케일링도 하고, 레진 치료도 일부 받았는데… 비용이 절반도 안 나왔어요.
솔직히 속으로 ‘이럴 거면 진작에 알아볼걸…’ 생각했죠. 그동안은 그냥 ‘나는 대상이 아닐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에 지레 포기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알아보니까, 50대도 받을 수 있는 게 정말 많더라고요.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 묘하게 기분이 가벼웠어요. 돈을 아낀 것도 있겠지만, 뭔가 세상에 대해 다시 배운 느낌이랄까… 한 번 움직여봤더니, 생각보다 삶이 친절하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은 먼저 말 꺼내는 사람이 되었어요
요즘은 사무실에서 후배들이 치과 얘기 꺼내면 제가 먼저 얘기 꺼내요. “혹시 보건소 가봤어? 우리 나이 되면 받을 수 있는 지원 있던데.” 후배들은 처음엔 고개 갸웃하다가 며칠 지나 연락 와요. “선배 말 듣고 알아봤더니 진짜 있네요! 덕분에 싸게 치료받았어요.” 이럴 때면 괜히 뿌듯해지죠.
제가 겪은 시행착오, 당황함, 무지… 그런 것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온다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기분 좋은 일이에요. 복지정책이란 게 거창한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 삶에 딱 붙는 것도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난 그날의 작은 용기
사실 그날 치과 예약할까 말까 하면서 휴대폰 들었다 놨다를 다섯 번은 넘게 했어요. 그냥 참고 말까… 일단 회사 가고 나서 생각해볼까… 늘 그래왔으니까요. 근데 그날은 왠지 ‘이번엔 다르게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 작은 선택이 치과비를 줄여줬고, 정보를 알게 해줬고, 나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줬어요. 중년이 되면, 몸도 그렇고 마음도 더디고 조심스러워지잖아요. 근데 진짜 중요한 건, 아프지 않게 사는 것보다, 아플 때 덜 아프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거더라고요.
내가 직접 확인했던 치과 지원 방법 정리, 헷갈렸던 분들 참고하세
항목 | 어디서 확인했는지 | 진행 방법 | 소요 시간 | 느낀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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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지원금 대상 여부 | 동네 보건소 전화 | 전화로 간단히 문의 | 5분 | 이렇게 쉽게 알려줄 줄은 몰랐어요 |
협약 치과 찾기 | 보건소에서 병원 리스트 제공 | 추천받은 곳에 직접 예약 | 10분 | 병원 고르는데 신경 안 써도 돼서 좋았어요 |
신청서 작성 | 병원 방문 당일 현장 접수 | 신분증만 있으면 간단히 작성 | 3분 | ‘이게 다야?’ 싶을 정도로 간편했어요 |
치료 후 비용 정산 | 현장 자동 적용 | 따로 서류 없음, 병원에서 바로 처리 | 0분 | 귀찮은 절차 하나도 없어서 부담이 없었어요 |
마음속에 오래 남은 한 마디
그날 보건소 직원이 제게 해준 말이 있었어요. “잘 알아보셨네요. 이렇게 먼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져야 해요.”
그 말이 참 고맙고 또 미안했어요. 몰랐던 내가 부끄러웠고, 늦었지만 움직인 나 자신에게도 고마웠어요. 어쩌면 중년 이후의 삶은 그런 게 아닐까요. 뭘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이미 주어졌던 걸 알아차리고,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지금 그 어금니는 멀쩡히 제자리에서 씹을 일을 다 해내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가끔 스스로에게 말해요. “그날 참 잘했다. 그렇게 작은 통증 하나 덕분에 삶이 조금 더 나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