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평생직업 훈련 받을 수 있는 곳을 처음 알게 된 날이 아직도 눈앞에 그려집니다.
그날은 별다른 계획 없이 흘려보낼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 마음은 이미 새로운 길로 발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회사 복도에서 들려온 한마디
불안이 스며든 나날
그 시절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다 사무실로 들어가고,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회의와 보고서로 하루를 채웠죠. 그런데 그 무렵 회사 안팎으로 구조조정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복도에서 “다음 달에 인원 조정 있대”라는 이야기가 오갔고, 저는 괜히 모니터 속 숫자들만 더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나이 마흔 중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직 한창 일할 나이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혹시 나도 리스트에 오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점심시간의 우연
그날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길에 친한 동료가 툭 던진 말이 시작이었습니다.
“야, 오늘 시청에서 중장년 평생직업 훈련 설명회 한다더라. 혹시 관심 있으면 한번 가봐.”
처음엔 웃어넘겼습니다. ‘내가 뭘 배워서 뭘 하겠어’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오후 내내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처음 발걸음을 옮기기 전후의 마음 정리
시기 | 상황 | 그때의 생각 | 감정 |
---|---|---|---|
설명회 전 | 회사 구조조정 소문 | ‘나도 대상이 될까?’ | 불안, 초조 |
설명회 당일 | 시청 강당 입장 | ‘괜히 왔나…’ | 어색함, 호기심 |
상담 직후 | 훈련 과정 안내 받음 |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뭘 골라야 하지?’ | 혼란, 기대 |
첫 과정 수강 중 | 코딩 수업 시작 | ‘이건 나랑 안 맞는다’ | 답답함, 피로 |
두 번째 과정 선택 | 목공예 체험 수업 | ‘이건 해볼 만하다’ | 몰입, 설렘 |
설명회에서 마주한 낯선 공기
퇴근 후 발걸음
퇴근 시각이 다가올수록 집으로 곧장 가기 싫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다 말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강당 안 풍경
넓지 않은 강당 안에 40~60대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습니다. 각자 손에는 안내 책자가 들려 있었고, 앞으로 나와 있던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오늘이 인생 2막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도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아무 기대 없이 온 자리였는데, 순간 등줄기로 전해지는 묘한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처음 맞닥뜨린 시행착오
정보의 홍수
설명회가 끝난 뒤 상담 부스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직업 훈련 과정이 빼곡히 붙어 있었죠. 컴퓨터 프로그래밍, 사회복지사, 전기 기능사, 바리스타, 제과제빵… 전부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이건 진짜 몰랐는데요, 배우고 싶은 게 많으면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집니다. 결국 그날은 신청서를 쓰다가 마감 시간을 놓쳤습니다.
첫 실패
두 번째 기회에는 ‘미래 전망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코딩 과정을 신청했습니다. 다들 추천하는 과정이었고, 취업률도 높다고 했죠. 처음엔 강사가 치는 코드가 멋져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은 하얘지고 모니터 속 영어와 숫자가 겹쳐 보였습니다. 퇴근 후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죠.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오며 ‘내 성향에 맞는 걸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터닝포인트의 순간
나를 알게 된 상담
다시 상담실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제 얘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사람 만나는 걸 편하게 느끼고,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상담사는 잠시 제 말을 듣더니 목공예 과정을 권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목공예? 그걸 배워서 뭘 하지?’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일단 체험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몰입
체험 수업 날, 저는 작은 나무 조각을 손에 쥐고 사포질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칠던 표면이 점점 매끈해지고, 나무 냄새가 코끝에 스며들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손끝이 아릴 정도로 몰입했던 그 순간, ‘아, 이거다’라는 확신이 왔습니다.
변화가 시작되다
퇴근 후의 새로운 일상
그 뒤로 퇴근하면 곧장 공방으로 향했습니다.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죠. 주말에도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조립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의자 하나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렸는데, 나중에는 작은 테이블을 2주 만에 완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성취가 만든 자신감
교육이 끝날 무렵, 지역 축제에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제 작품 앞에 사람들이 서서 “이거 어디서 살 수 있나요?”라고 묻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제 손으로 만든 물건이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성취였습니다.
중장년 평생직업 훈련을 통해 달라진 하루
시기 | 배운 내용 | 변화된 습관 | 얻은 결과 |
---|---|---|---|
초반 | 기본 공구 사용법 | 퇴근 후 바로 공방으로 향함 | 나무 다루는 자신감 |
중반 | 가구 제작 기초 | 주말마다 제작 연습 | 첫 완성품 제작 |
후반 | 디자인 응용 | 작품 구상 메모 습관 | 나만의 디자인 탄생 |
교육 종료 후 | 완성도 있는 가구 제작 | 소규모 판매 시작 | 부수입 창출 |
현재 | 다양한 목공 기술 | 취미와 부업 병행 | 성취감과 생활 활력 |
지금의 생각
기술 이상의 가치
중장년 평생직업 훈련 받을 수 있는 곳에서 배운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죠. 목공예는 취미를 넘어 부수입으로 이어졌고, 지인 주문이나 중고 거래로 소소하게 판매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해’라고 생각했을 일을, 지금은 당연하게 도전합니다.
마음속에 남은 한 줄
그날 설명회에 가지 않았다면 여전히 불안 속에 머물렀을 겁니다. 제 인생의 방향을 틀어준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퇴근 후 발걸음을 살짝 옮긴 선택이었죠.
중장년 평생직업 훈련 받을 수 있는 곳은 저에게 새로운 기술보다 더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늦은 나이는 없다.”
이 말이 제 이야기를 설명하는 가장 솔직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