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고 싶었던 게 아니라, 건강해지고 싶었던 때
살을 빼야겠다 마음먹은 건 단순히 체중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얼굴도 붓고, 몸도 무거워지고,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날이 계속됐거든요. 당시 체중은 100kg을 넘겼고, 허리 사이즈는 40인치 가까이 됐어요. 병원에서는 고지혈증 초기라고도 했고요.
그때부터 무작정 굶는 식단을 시작했어요. 탄수화물은 줄이고, 저녁은 안 먹고, 과일로 끼니를 때우는 식이요법이었죠. 그런데 몇 주 지나니까 어지럽고, 기운이 없고, 운동할 힘도 안 나는 거예요. 살은 좀 빠졌지만 근육이 쭉쭉 빠져나간 게 몸에서도 느껴졌어요.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닭가슴살에만 의존했던 나날들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헬스장 트레이너한테였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단백질 하면 보충제밖에 떠오르지 않았는데, 식단에서도 단백질이 부족하면 살은 빠져도 건강한 몸은 못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게 닭가슴살이었어요. 인터넷에서 유명한 냉동 닭가슴살을 한 박스 시켰죠. 스팀형, 오븐형, 소스 들어간 것까지 종류별로요. 처음엔 나름 맛있게 느껴졌는데 일주일 지나니까 입에 안 붙더라고요. 질감이 퍽퍽하고, 뻑뻑한 느낌이 너무 강했어요.
그래도 단백질이 높으니까 참아가며 먹었어요. 샐러드에 넣고, 밥 없이 먹고, 때로는 라이스페이퍼에 말아가며 꾸역꾸역 삼켰죠. 운동을 시작한 지 두 달쯤 지나니까 근육량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체지방도 줄어들었어요. 몸무게는 예전처럼 빠르게 줄지는 않았지만, 체형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단백질은 닭가슴살만 있는 게 아니더라
닭가슴살이 지겨워질 즈음, 여러 고단백 식품들을 하나씩 시도해보기 시작했어요. 계란은 거의 매일 아침마다 삶아서 두 개씩 먹었고, 두부는 데워서 간장에 찍어 먹거나, 볶아서 반찬으로도 많이 활용했어요.
어느 날은 냉동 새우를 사다가 샐러드 위에 얹어 먹었고, 어떤 날은 오리고기 훈제한 걸 슬라이스로 잘라서 상추에 싸 먹기도 했어요. 연어캔이랑 참치캔도 번갈아 먹었죠. 연어는 생각보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해서 종종 밥 없이 단독으로도 먹었어요.
특히 만족스러웠던 건 그릭요거트였어요. 무가당 제품인데, 여기에 견과류랑 치아시드, 블루베리 조금 넣으면 디저트 같은 느낌이 났거든요. 달지 않으면서도 꾸덕꾸덕한 식감이 마음에 들었어요.
비교하며 느낀 고단백 식단의 현실
고단백 식단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음식 고르는 눈이 생겨요. 단백질 몇 g인지 보게 되고, 탄수화물과 지방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죠. 마트에서 식재료를 고를 때도 ‘이거 단백질 몇 g 들어있을까?’가 먼저 떠올라요.
다양한 제품을 시도하면서 느낀 건, 단백질 양만 높다고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어떤 음식은 단백질이 높아도 맛이 없으면 손이 안 가고, 어떤 건 조리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훈제 오리고기는 맛있지만 느끼하고 나트륨이 높아서 자주 먹기엔 부담스러웠고, 소고기는 가격이 부담이 컸어요. 반면에 삶은 달걀은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계속 챙기게 되더라고요.
단백질 보충제와의 갈등, 그리고 타협
한동안은 단백질 보충제를 거부했어요. 가루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고, 자연식이 더 건강하다고 믿고 싶었거든요. 근데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계산해보니 부족한 날이 꽤 많았어요. 특히 운동 직후나, 아침에 바쁠 때는 식사로 단백질을 채우는 게 어렵더라고요.
결국 하나 둘 시도해보다 입에 맞는 보충제를 찾게 됐고, 그때부터는 아침이나 운동 직후엔 쉐이크로 단백질을 채워요. 커피맛, 바닐라맛, 심지어 고구마맛까지 여러 가지 마셔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코나 커피 쪽이 가장 질리지 않고 꾸준히 마실 수 있었어요.
단백질 보충제가 무조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잘 활용하면 정말 편하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회사 다니면서 운동 병행하는 분들한테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경험으로 알게 된 고단백 음식의 장점과 단점
고단백 식단을 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는 포만감이에요. 적은 양을 먹어도 배가 오래가요. 예전엔 아침 먹고 나서 두 시간 만에 배가 고팠는데, 단백질을 충분히 챙긴 날은 점심까지도 거뜬했어요. 그리고 체지방은 줄면서도 근육은 유지되는 느낌이 확실히 있었어요. 운동하면서 몸의 형태가 바뀌는 걸 보면 정말 재밌어요.
단점도 있어요. 첫 번째는 비용. 고단백 식품은 확실히 가격이 높아요. 식비가 예전보다 늘었고, 보충제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커져요. 두 번째는 조리와 준비 시간. 닭가슴살도 그냥 먹기 힘드니까 구워야 하고, 두부도 그냥 먹기보단 뭔가 손질을 해야 맛이 나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루함. 계속 같은 음식을 먹는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예요. 그래서 저는 일주일 식단을 요일별로 다르게 구성했어요. 예를 들면 월요일은 닭가슴살, 화요일은 두부와 달걀, 수요일은 오리고기와 그릭요거트 식으로요. 이렇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유지할 수 있었어요.
직접 먹어본 고단백 음식 10가지 비교
음식명 | 1회 섭취량 | 단백질 함량(g) | 가격대(원) | 조리 편의성 | 맛 만족도(★ 5점 기준) |
---|---|---|---|---|---|
닭가슴살(스팀형) | 100g | 23g | 1,500 | 매우 간편 | ★★★☆☆ |
닭가슴살(오븐형) | 100g | 21g | 1,700 | 간편 | ★★★★☆ |
두부(부침용) | 150g | 12g | 800 | 보통 | ★★★★☆ |
삶은 달걀 | 1개 | 6g | 400 | 매우 간편 | ★★★★★ |
연어캔(저염) | 90g | 20g | 2,200 | 매우 간편 | ★★★★☆ |
그릭요거트(무가당) | 100g | 8~10g | 1,200 | 매우 간편 | ★★★☆☆ |
프로틴쉐이크(1스쿱) | 30g | 24g | 1,000 | 매우 간편 | ★★★★★ |
소고기 우둔살 | 100g | 21g | 3,500 | 번거로움 | ★★★★☆ |
삶은 새우 | 80g | 18g | 2,500 | 간편 | ★★★★☆ |
훈제 오리고기 | 100g | 19g | 3,000 | 간편 | ★★★☆☆ |
지금 고단백 식단을 시작하려는 분께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세요. 나도 처음엔 그랬다가 금방 지쳐버렸어요. 단백질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돼도, 갑자기 모든 식사를 바꾸는 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추천하는 방법은 하루 한 끼만 바꾸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침을 달걀과 두부로 구성해보거나, 점심에 닭가슴살을 샐러드에 넣어보는 식이죠.
고단백 식단은 ‘습관’이 되면 훨씬 쉬워져요. 무조건 참고 억지로 먹는 게 아니라, 내 입에 맞는 단백질 음식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그렇게 몇 개 쌓이다 보면 나만의 고단백 리스트가 생기고, 그때부터는 어렵지 않게 유지할 수 있어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단백질을 꾸준히 먹고, 운동을 병행하면 체지방은 줄고, 근육은 남아요. 어느 순간 거울을 보면 전보다 탄탄해진 몸이 보일 거예요. 전 그 느낌을 한 번 경험하고 나서 다이어트가 더는 ‘고통’이 아니라 ‘재미’로 바뀌었어요.
지금 시작해보세요. 작게라도. 한 끼만, 한 가지 식재료만 바꾸는 걸로. 그게 변화의 시작이 될 거예요. 단백질은 몸을 만드는 재료예요.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면, 오늘 식사에 단백질 하나 더 넣어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