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괜히 아침부터 짜증이 났다
딱히 특별한 날은 아니었습니다.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하던 아침이었고, 늘 하던 대로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섰습니다. 와이셔츠를 꺼내 입는데, 단추가 제대로 잠기지 않았습니다. 배를 힘껏 안쪽으로 끌어당겨 가까스로 잠갰지만,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죠.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거울을 보는데, 낯선 얼굴이 비쳤습니다.
살은 늘어져 있고, 턱 아래 살이 두 겹으로 접혀 있었고, 눈동자엔 생기가 없었습니다. 무기력함, 체념, 포기가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습니다.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한 문장이 올라왔습니다.
“이러다 정말 망가지겠다.”
예전에도 체중은 늘 신경 쓰는 항목 중 하나였지만, 그날은 뭔가 달랐습니다.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 무기력한 눈빛이 문제였죠. 저는 제 자신을 점점 외면하고 있었고, 더는 스스로를 관리할 의지도 없어 보였습니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체중관리 앱을 열었습니다. 몸무게는 112.3kg. 예전보다 5kg이 더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한숨도 나오지 않았고, 핑계를 댈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문득 창밖을 보는데, 거리에 비친 제 실루엣이 유리창에 비쳐 보이더라고요. 정말 보기 싫었습니다.
살만 뺐다고 해서 삶이 달라지진 않더라
사실 저는 과거에도 몇 번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흔히 나오는 ‘하루 1,000칼로리 이하 다이어트’,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까지 다양하게 해봤죠.
운동 없이 굶기만 해서 3개월 만에 15kg를 뺀 적도 있었고, 일일 2시간씩 유산소를 돌려 10kg 이상 감량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요요였고, 피로감이었고, 극심한 무기력이었습니다.
체중은 줄었지만, 몸은 항상 무거웠습니다. 체력은 오히려 바닥을 쳤고, 감정 기복도 심해졌습니다.
거울 속 모습은 확실히 말라졌는데, 이상하게도 만족스럽지가 않았어요.
그제야 알게 됐죠.
“나는 살을 뺀 게 아니라, 나를 깎아내린 거였구나.”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인바디 결과였습니다. 체중은 줄었는데, 체지방률은 30% 이상이었습니다.
“근육이 너무 적으시네요. 기초대사량도 낮아서 더 살찌기 쉬운 몸이에요.”
헬스장 트레이너가 무심하게 건넨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이건 단순한 뚱뚱함이 아니라, ‘건강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체중이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운동을 시작할 때,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어요.
‘체지방률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것.’
그 말은 곧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단 조절을 병행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유튜브를 뒤지고, 블로그도 읽어보고, 인스타그램 피트니스 계정도 팔로우했어요.
‘하체 운동이 중요하다’, ‘복합 관절 운동 위주로 루틴을 짜라’, ‘기초대사량이 핵심이다’ 같은 말들이 넘쳐났지만, 정작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스쿼트를 시작했는데 자세가 엉망이었고, 데드리프트는 허리를 삐끗할까 봐 무서웠습니다.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구석에 가서 푸쉬업만 하다가 조용히 나왔던 날도 있었고요.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진짜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일까?”
정말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검색을 해도 머리만 복잡해졌고,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어요.
내 몸이랑 대화하듯, 하루씩 쌓아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운동할 의욕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날은 그냥 맨몸 스쿼트 100개만 했습니다. 근육통도 별로 없었고, 땀도 안 났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조율되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그걸 계기로 저는 ‘루틴’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존에 검색해서 따라하던 복잡한 루틴 대신, 내 하루의 리듬에 맞는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운동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진짜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루틴을 만들고, 그걸 지켜내는 습관이었습니다.
주 3~4회, 하루 40분에서 1시간 정도.
상체와 하체, 유산소와 웨이트를 고르게 섞어서 하되, 정해진 스케줄에 얽매이지 않도록 조정했습니다.
웨이트 운동 후엔 짧은 인터벌 유산소, 맨몸 운동 위주의 날도 만들었고, 어떤 날은 그냥 걷기만 했습니다.
대신 ‘무조건 뭔가 하나는 한다’는 원칙을 지켰습니다.
변화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찾아왔다
3개월 정도가 지나자 변화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체중은 5~6kg 정도밖에 줄지 않았지만, 옷이 헐렁해졌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가벼워졌어요.
가장 놀라운 건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찼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한 층만 올라가도 다리가 뻐근했는데, 어느 순간 두 세 층쯤은 거뜬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큰 변화는 거울 속 눈빛이었습니다.
예전처럼 피하지 않고, 자신 있게 마주하는 눈빛.
그 눈빛을 보는 게 운동보다 더 보람 있었습니다.
4주 실천한 내 체지방률 낮추기 루틴
요일 | 주요 운동 루틴 | 세부 내용 | 시간 |
---|---|---|---|
월요일 | 하체 중량운동 | 스쿼트, 런지, 레그프레스 | 60분 |
화요일 | 인터벌 유산소 + 코어 | 트레드밀 20분 + 플랭크, 크런치 | 40분 |
수요일 | 상체 중량운동 | 벤치프레스, 바벨로우, 숄더프레스 | 60분 |
목요일 | 유산소 중심 | 실내자전거 30분 + 스트레칭 | 45분 |
금요일 | 하체 보강 + 코어 | 데드리프트, 스텝업, 레그컬 | 60분 |
토요일 | 전신 가벼운 루틴 | 버피, 점핑잭, TRX, 스쿼트 서킷 | 30분 |
일요일 | 휴식 또는 산책 | 가벼운 걷기 40분, 폼롤러 마사지 | 40분 |
중간에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흔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로 야식을 먹고, 운동은 미루고, 다시 체지방이 올라간 날도 있었죠.
무릎 통증으로 2주간 아무것도 못 했을 땐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요.
그럴 땐 ‘이번엔 다 끝났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무너지면 그대로 끝이었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운동을 안 하니까 오히려 더 불편했고, 몸이 무겁게 느껴졌어요.
그 느낌이 싫어서 다시 운동복을 챙겼고, 거울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다시 해보자.”
지금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운동은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매일 하진 않지만, 하루가 비어 있으면 허전합니다.
몸이 고마워하는 루틴,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유일한 순간.
이게 저에겐 운동입니다.
블로그에도 가끔 운동 후기를 씁니다.
사람들이 “루틴 공유해 주세요”라고 댓글을 달면 기분이 묘합니다.
예전엔 나조차 나를 못 믿었는데, 이젠 누군가가 내 방법에 관심을 가지다니.
살면서 제일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체중이 아니라, 네 마음을 다시 세우는 거야.”
처음엔 단순히 살을 빼고 싶었지만, 돌아보면 저는 다시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을 만들고, 다시 걷고, 웃고, 거울을 보는 삶.
그게 제가 진짜 원했던 변화였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디 조급해하지 마세요.
당장 몸이 바뀌지 않더라도, 당신 안에 있는 ‘살고 싶은 마음’은 이미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 마음을 믿고, 하루 하나씩만 해보세요.
그게 저를 여기까지 데려다줬거든요.